Manifesto

우리는 광야의 들풀이나 궤적을 그리는 유성과 다름이 없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생존하고 진화하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고, 모든 것들에 이름을 붙여주고 무지를 배척해왔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언제 사라질지, 왜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아직 우리의 본질을 모르는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인지하든 그렇지 않든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본질은 모호한 것입니다.

우리의 시간은 일방향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늘 진보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조차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는 우리는 많은 다른 것들을 제도화하고 규칙 아래 통제하여왔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이만큼의 문명적 진보를 이뤘습니다.

많은 건물과 공간들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단단하고 정체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공간을 사용하는 우리는 모호하기 때문에 변수이고, 따라서 변칙적이고 역동적입니다.

우리는 이렇듯 공간과 역설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우리 자신처럼, 공간 또한 마땅히 변형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합니다.

공간은 그 속의 변수들과 함께 진화하여야 하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존재와 행동적인 측면에서 공간과의 통합이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로서, 건축물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스스로가 건축물이며 공간을 형성하는 건축가입니다.

우리 각자의 몸은 각자의 모호성을 발현합니다.

이것을 인지할 때, 비로소 우리가 콘크리트 빌딩에 삶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